비트코인과 범죄 통계
비트코인이 범죄에 쓰인 적이 있다는 말과 주로 범죄에 쓰인다는 말은 다릅니다. 전자는 사례의 존재를, 후자는 전체 사용에서의 비중을 묻습니다. 린 앨든은 2022년 글 What is Money, Anyway?에서 두 주장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과거의 사례와 전체 사용은 다릅니다
실크로드 같은 온라인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불법 거래에 쓰였고, 법 집행기관은 해당 시장을 단속했습니다. 랜섬웨어 대금과 자금세탁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실제 쟁점입니다. 이런 사용을 인정하는 것과 비트코인 사용 전체를 같은 목적으로 묶는 것은 별개의 판단입니다.
앨든은 초기의 불법 시장 사례만으로 이후의 이용자와 용도를 모두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계좌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의 급여 지급과 단체의 구호 자금 전달도 사례로 듭니다. 정당한 용도가 존재한다고 범죄적 사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법 거래 비중은 무엇을 나눈 숫자인가
앨든은 당시 장부 분석 기업들이 집계한 불법 활동 비중이 낮다는 자료를 소개합니다. 그러나 이런 숫자를 읽으려면 분자와 분모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비트코인만 다루는지 여러 디지털 자산을 합친 것인지, 거래 건수인지 금액인지, 어떤 연도와 어떤 주소를 포함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알려진 불법 주소에 연결된 거래를 집계하는 방식은 아직 식별되지 않은 거래까지 모두 알아낸 수치가 아닙니다. 나중에 주소의 성격이 확인되면 추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금액의 비중을 ‘100건 가운데 몇 건’으로 바꾸면 서로 다른 단위를 혼동하게 됩니다.
법정화폐 범죄 규모의 추정과 디지털 자산의 장부상 거래 규모도 그대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표본과 측정 방법이 다르면 어느 쪽의 범죄 비중이 더 낮다고 확정할 수 없습니다. 통계는 범위를 밝혀 특정 주장에 필요한 만큼 사용해야 합니다.
공개된 기록과 신원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비트코인 거래는 전체장부에 남습니다. 주소가 곧 실명은 아니지만, 거래 기록과 다른 정보를 연결해 자금의 이동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법 집행기관이 장부 분석을 사용하고 거래소에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 거래 기록이 보인다고 모든 이용자의 신원을 알거나 잃은 자금을 쉽게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가 생겼을 때 취소할 중앙 사업자가 없다는 점은 이용자에게 별도의 부담입니다. 검열 저항과 피해 회복의 어려움은 함께 논의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술의 서로 다른 용도
앨든은 호출기가 의료진과 범죄자 모두에게 쓰였던 예를 듭니다. 통신 도구의 효용을 특정 이용 집단 하나로만 정의할 수 없다는 비유입니다. 그는 비트코인도 사용자에 대한 호감이 아니라 유효한 서명과 규칙으로 거래를 검증한다는 성질에 주목합니다.
이 성질을 지지하는 사람은 정당한 거래가 임의로 차단되지 않는 조건을 강조합니다. 비판하는 사람은 범죄 대금과 제재 회피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정 기관이 네트워크 전체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모든 거래가 어느 상황에서나 제한 없이 처리된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불법’의 범위 역시 관할권과 시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앨든은 일부 정부가 시위나 정치적 반대의 자금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렇다고 불법 거래의 정의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금세탁과 피해의 문제를 지워서는 안 됩니다.
범죄에 관한 주장을 평가할 때는 실제 사용 비중과 그 측정 범위, 대응 조치가 정당한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숫자 하나가 기술 전체에 대한 찬반 결론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