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재정과 법정화폐
전쟁을 지속하려면 사람과 무기, 식량과 운송 수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얻는 방법에는 세금과 차입, 화폐 발행 등이 있습니다. 린 앨든은 2022년 글 What is Money, Anyway?에서 발행 제약의 변화가 정부의 전쟁 자원 동원 능력을 확대했다고 비판합니다.
금고와 세금의 제약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금속 화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금을 더 걷는 일에도 경제적·정치적 부담이 따릅니다. 앨든은 이런 제약 때문에 과거 정부가 전쟁 비용을 계속 마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금고가 비면 전쟁이 자동으로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차입하거나 물자를 징발하는 등 다른 방법도 사용했습니다. 금의 양이 전쟁 규모의 유일한 상한선이었다는 주장보다, 재원을 동원하는 각 방법에 제약과 비용이 있었다는 설명이 정확합니다.
금속을 희석하는 방법에서 태환 조건 변경까지
기존 금화를 녹여 귀금속 함량을 낮추면 같은 금으로 더 많은 동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게가 같은 금화 1,000개분의 금으로 함량 90%짜리 동전을 만들면 약 1,111개가 됩니다. 늘어난 액면이 늘어난 실물 자원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금속의 함량을 바꾸려면 재주조와 유통 과정이 필요합니다. 새 동전의 품질을 알아차린 사람들이 다른 교환 비율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종이 청구권이 널리 쓰이면 다른 통로가 생깁니다. 발행 기관이 금 태환을 중단하거나 교환 비율을 바꾸어 종이를 가진 사람의 청구 조건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앨든은 비상시의 일시적 태환 중지가 뒤에 달라진 조건으로 복원되거나 장기간 유지된 사례에 주목합니다.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는 그대로여도 그 종이로 청구할 수 있는 금의 양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지서에 나타나지 않는 비용
세율 인상은 고지서와 법률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통화 발행으로 생긴 비용은 물가와 자산 가격, 구매력의 변화에 나누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앨든은 이 차이 때문에 자원 이전의 규모와 부담 주체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전쟁 당사국들이 발행 능력을 확대하면서 상대국도 비슷하게 대응할 유인이 커졌다고 봅니다. 이는 재정 조달 수단에 관한 설명이지 통화 발행이 전쟁을 일으킨 단일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기술과 생산 능력, 병력 동원, 정치적 결정도 전쟁 규모에 영향을 줍니다.
통화를 발행한다고 실물 제약까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자와 일할 사람의 수는 그대로이며, 발행 확대는 물가와 환율, 통화 수요의 반응을 받습니다. 앨든의 비판은 발행이 무한한 자원을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능력은 위기 대응에도 쓰입니다
유연한 통화 공급은 금융이 얼어붙었을 때 유동성을 제공하고 경기 침체나 재난에 대응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앨든도 이런 편익을 인정하면서 선택적인 구제금융과 불투명한 지출의 가능성을 함께 지적합니다.
따라서 발행 능력을 무조건 좋은 것 또는 나쁜 것으로 분류하기보다 어떤 절차로 결정하고, 누구에게 자원을 배분하며, 비용이 어디에 나타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전쟁 재정의 역사에서 가져올 질문은 돈을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 능력에 어떤 책임과 통제가 따르는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