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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액과 구매력

통장에 이자가 붙었는데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잔액은 돈의 단위 수를 보여 주고, 구매력은 그 단위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린 앨든은 2022년 글 What is Money, Anyway?에서 저축을 평가할 때 이 차이를 강조합니다.

오늘의 자원을 미래로 옮기는 일

앨든은 저축을 미래 소비를 위한 배터리에 비유합니다. 오늘 번 돈을 지금 쓰지 않고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 두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소비·저축·투자·나눔이라는 자원의 네 쓰임 가운데 저축의 목적은 자원을 더 크게 불리는 것보다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보존하는 데 있습니다.

배터리의 충전량만큼 시간이 지난 뒤 꺼낼 수 있는 양도 중요하듯, 저축에서도 입금한 금액만으로 결과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잔액이 그대로여도 생활비가 오르면 구매력이 줄어듭니다. 이자가 붙더라도 그것이 물가 상승과 세금·비용을 얼마나 상쇄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 비유는 어떤 자산이 안전한 배터리라고 확정하는 말이 아닙니다. 명목 금액의 안정성과 실제 구매력의 안정성을 나누어 보자는 설명입니다.

완만한 변화가 쌓이면

앨든은 법정화폐의 구매력이 오랜 기간에 걸쳐 낮아졌다는 역사적 관찰을 제시합니다. 그 변화는 모든 시기에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통화제도와 전쟁, 위기, 정책에 따라 속도가 달랐습니다. 어느 통화가 구매력을 얼마나 잃었는지는 비교할 물건과 시작·종료 시점을 정해 계산해야 합니다.

그는 잘 관리되는 법정화폐가 단기 변동을 줄이는 대신 장기적으로 완만한 물가 상승을 받아들이는 구조라고 봅니다. 낮고 안정적인 양의 물가 목표가 실현되더라도 같은 명목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양은 시간이 지나며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물가 목표를 지지하는 관점은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 대응할 여유를 강조합니다. 앨든은 저축자의 입장에서 그 비용을 묻습니다. 정책의 목적과 개인의 구매력 변화는 서로 다른 대상이므로 한쪽만으로 다른 쪽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다른 자산을 저금통으로 삼을 때

통화로 저축해 원하는 구매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주식을 찾습니다. 앨든은 중국의 부동산과 미국의 주가지수에 이런 저장 수요가 실리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집과 주식은 예금의 다른 이름이 아닙니다. 가격이 크게 변할 수 있고 매매에 비용이 들며, 필요한 때 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집에는 유지 비용도 들고, 대출을 이용했다면 원리금 부담이 남습니다. 저장 수단을 바꾸면 위험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앨든은 저축을 장려하는 말과 소비·차입을 촉진하려는 정책이 충돌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다만 정책 당국이 모든 저축을 언제나 문제 삼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기와 금융 여건에 따라 정책 목표와 수단이 달라집니다.

두 숫자를 함께 읽기

첫째는 명목 잔액의 변화입니다. 둘째는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 변화입니다. 공통 물가지수는 평균적인 가격 흐름을 보여 주지만, 개인의 소비 구성이 다르면 체감하는 생활비 변화도 다를 수 있습니다.

앨든은 통화량 증가에도 주목하지만, 통화량 증가율이 개인의 실질 구매력 손실률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통화 수요와 생산, 자금의 분포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잔액과 구매력을 비교할 때는 무엇을 측정하는 숫자인지부터 구별해야 합니다.

저축의 양이 늘었다는 말에는 입금한 단위가 늘었다는 뜻과 미래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늘었다는 뜻이 섞여 있습니다. 어느 뜻으로 말하는지 분명히 하면 저축의 목적과 선택한 수단을 더 정확히 비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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